루이스 반갈 그를 명장이라고 부르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고집불통 이라고 할 사람도 있을 것이다. 전술적인 분석과 팀을 장악하는 카리스마는 유럽최고수준이지만, 그의 약간 독선적인 스타일은 가끔 좋지 않은 결과를 낳기도 했다. 그러나 그가 만들어 놓은 최고의 결과라면 단연 95년 챔피언스 리그 우승일 것이다. 그 핵심에는 3-4-3이라는 전술이 있었다.

 


 

전체 포메이션
3-4-3 전술의 미드필드는 보시다시피 다이아몬드 형이다. 다이아몬드의 꼭지점(리트마넨), 저것이 우리가 흔히 공격형 미드필더 혹은 셰도우 스트라이커라고 부르는 포지션이다. 공격과 미들의 연결고리이며 공간이 생기면 직접 공격에도 가담할 수 있는 위치가 저 자리이다.

반갈은 꼭 3-4-3만을 고집하지는 않았다. 4-3-3과 3-4-3을 적절히 조합하는 스타일이었으나 대체적으로 3백 수비를 더욱 선호 했었다. 그것은 수비상황에서의 수적우위를 갖게 하는 장점이 있었다. 반면에 공격상황에서는 수비수들의 역할은 달랐다. 볼을 몰고 거의 하프라인까지 올라가는 강력한 공격 빌드업 능력이 수비수들에게 요구되었다. 즉 수비수가 공격으로 상대를 압박하는 것이었다. 특히 보가르데나 F.드보어 같은 킥력, 볼 콘트롤, 순발력을 겸비한 선수들에게 그것은 충분히 가능한 일이었다.
이것은 3백의 양쪽 풀백들이 위급 상황시에는 측면공간으로 침투하는 상대 공격수를 충분히 막을 수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실제로 윈스턴 보가르데는 중앙수비수 뿐만 아니라 4백의 측면을 맡을 수 있는 전천 후 수비수였다. 이러한 중앙과 측면의 수비가 동시에 가능한 선수들이 있기에 미드필더들의 측면 수비가담의 부담은 그 만큼 줄어들 수 밖에 없다. 거기에 다비즈나 R.드보어 같은 미드필더들이 수시로 일선 수비까지 커버하기에 그만큼 미들과 수비의 간격은 좁아지고 상대 공격수의 활동 영역 또한 좁아질 수 밖에 없다.

 


 

측면미들의 움직임
이 전술에서의 측면미드필더는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3-4-3의 윙백 개념과는 차이가 있다. 측면에서의 활동능력 보다, 중앙에서의 장악력 쪽에 조금 더 초점이 맞춰져있다고 보아야할 것이다. 물론 측면도 커버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중앙공간에서의 경기장악과 미드필드 전체의 밸런스를 유지하는 것이 이 위치에서의 역할이다. 즉 3-1-3-3 혹은 3-3-1-3을 넘나들면서 경기전체를 유지하는 것이다.


윙 포워드의 움직임

 

 

미드필더의 측면 공격 가담이 또 문제가 될 수 있다. 그러나 이것은 두 명의 윙 포워드가 대체해준다. 이 때 윙 포워드는 한 쪽 측면에서 볼이 있을 때 나머지는 공격에 가담하는 전형적인 쓰리톱의 시스템이기도 하고, 볼이 오지 않을 때에는 측면에서 전체적인 밸런스를 유지해주는 윙어(winger)의 성향이 또한 강하다. 그러한 상황일 때에는 중앙의 포워드가 홀로 고립되는 상황이 연출될 수 있다. 그런 때를 대비하여 셰도우 스트라이커의 역할이 필요한 것이다. 실제적으로 득점 장면은 중앙의 원톱보다 이 셰도우 스트라이커에게 연출되는 경우가 더욱 많다. 원톱의 움직임 때문에 수비들이 골대 쪽으로 내려가고 있으면 상대의 앞 공간은 자연히 비어있게 마련이고, 이 공간은 셰도우 스트라이커에겐 자신의 슈팅력을 뽐낼 수 있는 하나의 무대가 될 수 있다. 야리 리트마넨의 아름다운 골들은 이런 식으로 연결된 것이 많다.

왜 손을 잡고 그러시나~
이렇듯 그 당시의 아약스는 각각의 역할이 분담되어있으면서 공격 수비의 링커들을 중심으로 공수의 간격을 좁히고, 공격의 적극적인 수비가담과 수비의 적극적인 공격가담을 수반하는 토탈싸커로의 진면모를 보여주었다. 윙어와 미드필더의 볼 점유율 강화와 수적우위를 가져가는 모습은 현대축구의 완성판이라고 보아도 과언이 아니다. 그러한 강력한 틀 안에서 선수들의 특성에 따라 3-4-3부터 시작하여 4-3-3, 3-5-2까지 변화를 가져가는 전술적 다양성이 루이스 반갈 축구의 또 다른 특징이라고 볼 수 있다. 이것은 선수 개인의 특성 또는 전체적인 팀의 밸런스에 따라서 많이 바뀌는 측면을 보여준다.
실제 루이스 반 갈은 선수들의 상대팀 경기 분석을 경기 비디오 시청과 개개인의 특성 확인정도로 끝냈다고 한다. 그것은 강팀과 붙었을 때에 선수들의 자신감 문제 때문이기도 하지만 실제 경기의 전술적 변화측면에서 볼 때, 미리 상대의 전술을 어떤 것으로 한정 짓는 것은 위험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것은 상대의 전술적 다변성을 의식한 것일 수도 있지만, 스스로의 전술적 변화를 염두에 두고 그렇게 한 것일 수도 있다.

어쨌든 반 갈은 20대 초반의 선수들이 주축이 된 팀으로 챔피언스 리그 정상과 에레디비지에 우승, 유러피언 수퍼컵과 도요타컵까지 휩쓰는 기염을 토했다. 그 이듬해인 96년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아깝게 유벤투스에 패해 준우승으로 마무리 했다. 이것이 꼭 반갈의 전술적 우수성 때문만은 아닐 수도 있다. 훌륭한 유소년시스템에서 올라온 선수들 때문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의 전술은 지금 유행하는 공격전술과 압박전술의 기초를 제공 했으며, 공격축구로 상대를 제압하는 화끈한 모습을 보여주었다. 그 때의 선수들 또한 지금은 유명클럽에서 활약하거나 이미 전설로써 은퇴했다. 최근 프리미어리그나 전체적인 유럽축구의 수비적인 경기운영 경향을 보면서 그 당시 아약스의 공격적인 모습이 다시금 떠오른다. (명예기자 홍승범)

 

출처 : FLAMMA

Posted by 공차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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