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정윤. 일본 무대를 개척하다.

1993년고려대를 졸업한 노정윤은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히로시마 산프레체에 입단.

드래프트를 거부하고 J리그 히로시마 산프레체에 입단한 노정윤.

대학을 졸업하고 곧바로 일본 프로팀에 입단한 프로 초년생답지 않은 모습을 보이며 입단 초기부터 맹활약. 노정윤이 J리그에 성공적으로 안착하였다.

 

J리그 초창기 리네커,둥가,살리나스,스킬라치등 해외 유명스타들을 영입하며 주목을 받아왔으나 일본 경제 불황으로 인해 더 이상 값비싼 외국인 선수를 영입할 수 없게 되어 J리그 각 구단들은 비교적 몸값이 저렴하고, 실력이 출중한 한국선수들을 하나, 둘씩 영입하기 시작했다. 고정운, 홍명보, 황선홍, 하석주, 김도훈, 최용수등 국가대표 선수들의 J리그 러쉬가 시작었고, 브라질 출신 다음으로 많은 외국인 선수로 등록이 되기도 하였다. 하지만 계속된 불황으로 J리그 팀들은 한국의 대표급 선수들의 연봉도 감당하기가 힘이들 정도로 재정 상황이 좋지 않았고, 결국 다른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J리그로 건너가기 시작하는 아쉬운 재능들.

그동안 국가대표급 선수들이 좋은 조건으로 이적을 하던 것과 다르게 2002 월드컵이 끝나고 어린 선수들은 나도 박지성처럼 되겠다는 생각으로 하나, 둘씩 대한해협을 건너기 시작했다. 심지어 당시에는 아주 드물게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일본으로 진출하는 사례까지 생기기 시작했다. 그 주인공은 고교 최고 미드필더로 평가받았고, 1983년생 최대어로 꼽히던 김근철. 풍생고등학교 2학년때부터 J리그 구단들의 관심을 받기 시작했던 김근철은 졸업을 하기도 전에 주빌로 이와타와 계약을 체결하기에 이르렀다.

   

연고팀이었던 성남에서 관심을 갖고 있었으나 고교 졸업 후 J리그 주빌로 이와타를 선택. 하지만 주빌로에서 출장기회를 잡지 못해 벨마레로 임대를 떠났다.

2의 나나미로 육성을 하겠다며 영입을 한 주빌로지만 김근철은 엄연히 외국인 선수 신분. J리그 역시 외국인 선수의 의존도가 높은 상황에서 프로 초년생이었던 김근철이 당장 맹활약을 펼치기에는 많은 무리가 따랐다. 뿐만 아니라 팀내에는 같은 포지션의 마에다 라는 유망주가 있는 상황이었고, 김근철보다는 마에다 쪽이 힘을 실어주다보니 좀처럼 기회를 얻지 못했다.

 

입단 후 좀처럼 경기에 나서지 못하면서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고, J2리그 쇼난 벨마레로 임대되어 출장기회를 얻게 되었다. J2리그에서 뛰면서 서서히 잊혀지기 시작했고, 수준 낮은 리그에서 뛰다보니 기량 향상은 정체되고 말았다. 일본생활을 정리하고 국내로 돌아온 김근철은 한동안 K리그의 빠른 템포와 압박에 적응하지 못했고, 상당기간이 지나서야 기량을 조금씩 보여주면서 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입지를 다지게 되었다.

 

하지만 생각만큼 성장하지 못한 김근철. 프로 생활을 J리그 외국인 선수 신분이 아닌 K리그의 미래로 출장기회를 받으며 기량을 쌓아갔으면 어땠을까? 이런 사례는 그 후에도 수많은 선수들이 일본으로 건너가면서 촉망받는 유망주에서 그저 그런 선수로 전락하는 사례가 늘어나기 시작하였다.  

 

아시아쿼터제, C계약 그리고 학교 지원금.

J리그팀들이 무차별적인 대한민국 유망주들을 영입하게 된 주된 이유는 아시아쿼터제와 J리그의 C계약 제도이다. 3명의 외국인 선수 영입 외에 추가로 AFC가맹국 국적의 선수를 1명 더 영입할 수 있는 이 제도를 이용해 J리그에서는 대한민국의 유망주로 눈을 돌렸고, 많은 선수들이 대한해협을 건너고 있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C계약 제도를 이용해 대한민국의 유망주들을 저렴한 값에 영입하고 있다. C계약으로 우선 한 번 영입해보고 좋은 기량을 갖췄다고 평가하면 출장시간을 늘려 상위계약을 하기도 하지만 C계약 유지를 위해 벤치를 앉혀 놓는다거나 2부리그로 임대를 보내는 경우가 많다.(정규리그 1450, 2900분 이상 출장하게 되면 계약을 갱신해야함) 또한 선수를 이적시킬 때 고교, 대학 모두 K리그 보다는 J리그로의 이적을 선호하고 있다. J리그 이적을 하게 되면 학교에 지원금을 지급하는 J리그 이적을 부추기고 있다는 이야기도 나오고 있다.

 

 

 

J리그 진출의 롤모델 박지성? 박주호.

교토 시절의 박지성.

2000년. 한명의 어린 선수가 J리그 팀과 계약을 하면서 J리그 팀들의 훗날 어린 선수들의 롤모델이 되었다. 2000년 명지대를 휴학하고 J리그 교토 퍼플 상가와 계약한 당시 올림픽 대표팀의 박지성.

고교시절 K리그 팀에 외면받았던 기억 때문이었을까? K리그팀들의 구애에도 불구하고, 그는 J리그 교토 퍼플 상가와 계약을 체결한다. 올림픽 대표팀에서 오른쪽 풀백과 수비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던 박지성을 다수의 J리그 구단이 관심을 갖고 있었고, 그 중 교토 퍼플 상가의 계속된 러브콜로 첫 프로 생활을 일본에서 시작하게 된다.

 

그 후 팀이 2부리그로 강등이 되기도 하였으나 꾸준히 선발 출장하며 기량을 쌓아 나아갔고, 대한민국 A팀에도 꾸준히 이름을 올리는등. 박지성의 주가는 조금씩 오르기 시작했다. 엄청난 활동량과 뛰어난 기술을 보유한 박지성은 히딩크 감독의 눈에 들었고, 결국 2002월드컵 4강 진출로 유럽클럽의 관심을 받기에 이르렀다. 월드컵이 끝나고 히딩크 감독과 함께 PSV아인트호벤으로 이적을 하였고, 맨유의 유니폼까지 입으면서 어린 선수들에겐 유럽 진출은 박지성처럼이라는 인식이 잡히기 시작했다.

 

하지만 박지성이 J리그의 활약을 발판으로 유럽에 진출했을까? J리그에서 기량이 늘어난건 사실이다. 하지만 박지성의 J리그 주 포지션은 2002월드컵 전까지 수비형 미드필더였다. 히딩크 감독의 지시로 오른쪽 윙으로 대표팀 출장이 늘어났고, 월드컵이 끝난 이후 교토에서도 오른쪽 측면과 공격형 미드필더로 활약하며 일왕배 타이틀을 획득했다. 박지성의 유럽진출은 J리그 활약을 발판으로 이뤄진 것이 아니라 당시 월드컵 4강과 히딩크 감독의 절대적 신뢰로 인해 이뤄질 수 있었던 것이다.

J리그의 활약으로 유럽에 진출한 대한민국의 선수는 노정윤, 최성용, 박주호 정도. 노정윤은 세금 문제로 잠시 네덜란드에서 뛴 것이고, 오스트리아 라스크 린츠로 이적한 최성용 또한 시즌 중반 이적해 6경기 뛰고 돌아온 것이 전부. J리그의 활약으로 진출했다고 한다면 박주호의 경우가 있다. 스위스 바젤로 이적한 박주호는 스위스리그와 챔피언스리그에서 좋은 활약을 펼치며 극찬을 받았던 경우. 바젤 이라는 팀이 좋은 팀임에는 분명하지만 스위스는 유럽의 변방 리그중 하나다. 유럽진출이 목표라면 K리그가 J리그가 더 낫지 않을까?

 

유럽 진출이 목표이기 때문에 J리그 활약을 발판 삼아 유럽에 가겠다는 말은 어불성설이고, 김보경이나 백성동 같은 선수들은 굳이 ‘J리그를 발판으로 유럽이란 말이 아니더라도 충분히 유럽에 갈 수 있는 선수들이다. (김보경은 얼마전 잉글랜드 챔피언쉽 카디프 시티 이적)

 

 

 

그들에게 J리그는 베르손과 삥요와도 같다.

K리그에서도 어린 나이의 외국인 선수를 영입해 육성해 주전선수로 키워낸 경우가 있었다. 과거 어린 나이에 수원에 입단해 K리그 정상급 선수로 이름을 떨쳤던 데니스와 산드로, 그리고 인천에 입단했던 라돈치치까지. 하지만 외국인 쿼터가 팀당 3명으로 줄어들면서 외국인 선수는 즉시전력감으로 영입이 이뤄졌고, 한동안 육성형 외국인 선수는 영입되지 않았었다.

 

수원과 제주에 입단했던 베르손(左)과 삥요(右)

2011시즌 수원은 그레미우 소속의 브라질U20 출신 1991년생 베르손을 제주는 U17월드컵 참가경력이 있는 인터나시오날의 삥요를 영입해 팀의 미래로 키우겠다는 야심찬 계획을 세웠다. 브라질 에서도 주목받는 유망주 들이었지만 치열한 K리그 순위다툼을 하는 사이 수원은 베르손을 대신할 즉시전력감 선수를 영입하기에 이르고, 제주 또한 올 해 K리그 스플릿 시스템에 대비하기 위해 2군에서 육성하던 삥요를 브라질로 임대 보내고, 즉시 전력감의 선수들을 영입하기에 이른다.

 

J리그에 진출한 어린 선수들도 베르손이나 삥요와 같은 기대를 받고 입단했을지 모르나 단기간 이렇다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하면 방출명단에 들 수밖에 없다. 이것이 자국 유망주와 외국인 선수의 차이다. J리그에 이적한 대한민국 선수는 팀 전력에 즉시 도움이 되어야 할 엄연한 외국인임을 잊지 말자.

 

 

J리그는 파라다이스?

J리그로 이적을 하면 금전적인 부분에서 K리그에서 뛰는것보다 낫다고 한다. K리그 드래프트 1순위 선수의 연봉은 5,000만원. J리그 C계약으로만 계약을 해도 480만엔(7,000만원)으로 연봉면에선 높다. 하지만 K리그에서는 3% 원천징수를 제외한 모든 금액이 선수에게 지급되고 뿐만 아니라 각종 수당까지 들어간다면 이것보다 더 많은 수입을 얻게된다. J리그 C계약 연봉이 많을지라도 높은 세금(30%정도)에 개인 숙소 문제나 생활비 또한 본인이 해결을 해야하기 때문에 편의점 도시락으로 식사를 해결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C계약으로 계약을 한다해도 금전적으로 크게 나을게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수 선수들이 J리그를 선호하는 이유는 해외 리그에 대한 동경과 억압적인 한국축구의 문화와 달리 일본의 축구문화는 자율적이며 체계적이서 일본진출을 선호한다고 한다. 하지만 당장은 일본에서의 생활이 편할지 모르지만 K리그에서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며 클럽의 유망주로서 체계적인 관리를 받는다면 당장의 편안함 보다는 오랜 기간 선수 기량을 발전시키며 생활을 이어나가는데 더 도움이 되지 않을까?

 

J리그로 수많은 국내 유망주들이 지금도 이적을 하고 있다. 하지만 J리그에서 돌아와 드래프트를 신청하는 선수또한 늘어나고 있다. J리그에서 자리를 잡지 못해 국내로 돌아와 드래프트를 신청했으나 많은 구단들이 외면했고, 어렵게 내셔널리그를 거쳐 광주에 입단한 조우진이 포철공고를 졸업하고 곧바로 히로시마가 아닌 포항을 택했다면 좀 더 일찍 K리그 무대를 밟았을지도 모르고, J리그 진출을 원했다면 좀 더 나은 조건으로 J리그 팀들과 계약을 맺어 오랜 기간 그곳에서 선수생활을 할 수 있었는지 모른다.

 

 

K리그의 자유계약제도 시행. 그리고 해외진출 신인선수에 대한 경고.

2012 K리그가 막을 내리고 각 팀들은 전력보강에 힘을 쏟기 시작했다. 드래프트로 인해 한동안 사라졌던 자유계약 선수선발도 한 팀당 한 명씩 선발이 가능하게 되었다. 그동안 자신이 원하는 팀을 선택할 수 없어 해외로 눈을 돌린다는 선수들에게는 좋은 기회가 생긴셈. 올해 1, 내년 2명으로 인원을 늘리고 2015시즌 드래프트까지 마치고 드래프트는 완전 폐지하는 쪽으로 결정이 난 상황이다.

 

전면 자유계약제도로 변경된 것은 아니지만 점차 인원을 늘려가는 추시이기 때문에 자신이 원하는 팀과 계약이 가능해진다. 이런 K리그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K리그를 거치지 않고, 해외로 직행하는 선수들에게는 약간(?)의 제제도 가해질 전망이다. 아마추어신인선수가 입단 희망서를 제출하지 않고 해외프로팀에 입단할 경우 5년간 K리그 등록을 금지한다(5년이 경과된 후 국내 프로팀에 입단할 경우 자유계약으로 입단이 가능) 그동안 어린 나이에 J리그에 진출했던 선수들은 실패해도 드래프트를 신청할 수 있는 K리그가 있다는 생각을 하며 J리그 이적을 추진할 수 있었으나 이제 선수들에게는 더 이상 K리그는 그들의 보험이 될 수 없게 되었다.

 

고교 졸업 후 그로닝겐에 입단할 수 있었으나 고려대 입학 후 자유계약으로 전북에 입단한 김영찬.(출처:대한축구협회)

 

J리그로 간다면 제대로 대접 받고 가자.

어린 선수가 J리그에 C계약으로 입단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는 큰 돈 들이지 않고 한국의 유망주를 영입할 수 있게 된다. 이들의 입장에서는 한 번 써보고 괜찮다 싶으면 상위 계약으로 갱신이 안 될 정도로 경기에 출장시키거나 컵대회같은 계약 갱신 규정에 들어가지 않는 경기에만 출전을 시키기도 한다. 이렇게 C계약으로 입단한다면 제대로 된 출장기회를 보장받기 힘들며 금전적인 부분에서도 큰 이득이 없다.

 

프로는 돈이라고 한다. 낯설고, 적응하기 힘든 타지에서 생활을 한다면 금전적인 메리트가 있어야 하는데 C계약은 메리트가 없다. A계약으로 입단한다면 구단 입장에서도 큰 돈을 들여 영입한 선수인 만큼 경기에 출장 시킬테고, 선수 본인에게도 금전적으로나 경기 출장으로 인한 기량 향상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다.

 

분명 J리그의 시스템은 K리그보다 나아보인다. 어차피 J리그에 마음이 있는 선수라면 제대로 된 대접을 받고 일본을 진출해라. 그리고 성공해라. 성공하지 못하면 앞으로 5년간 일본 하부리그, 동남아시아리그를 전전할지도 모른다. 좋은 대우와 조건을 제시한다면 일본으로 가는 길을 막을 명분이 없다. 하지만 에이전트와 학교 관계자들의 감언이설에 빠져 무작정 일본에 갔다가 기량을 꽃피우지 못하는 선수들을 우리는 많이 봐왔다. 홍정호와 박종우가 될 것인가? 아니면 베르손과 삥요가 될 것인가?

Posted by 공차는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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